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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광활한 야생으로의 초대, 세렝게티

"아프리카 여행은 어떤가요?", "열악하거나 위험하지는 않나요?", "여행길이 고생스럽지는 않나요?"     사자들과의 아찔한 산책 사진을 본 이들은 모두 이렇게 묻고는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여행의 끝판왕'이라 평가받는다. 지구 방방곡곡을 돌며 쌓은 온갖 경험의 끝에서 아프리카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로 허니문을 즐기러 오는 신혼부부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럭셔리한 여행지라는 뜻이다. 세렝게티 사바나에 무슨 좋은 호텔이 있을까 염려하는 이도 있지만, 그 안에는 경이롭게도 6성급의 라지가 있다. 귀족들만 가던 아프리카 여행을 신귀족인 우리도 가봐야 할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사파리 투어에 있다. '광활한 땅'이라는 뜻을 지닌 '세렝게티(Serengeti)'는 약 3만 제곱킬로미터로 네덜란드와 비슷한 면적이다. 이곳에 이른바 아프리카의 '빅 5(Big 5)'라 불리는 코끼리, 코뿔소, 아프리카 물소, 사자, 표범 등을 포함한 약 300만 마리의 대형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약 500종의 다양한 조류가 사바나의 하늘을 맴돈다.   마라(Mara)강을 중심으로 탄자니아 지역은 세렝게티, 케냐 지역은 마사이마라(masai Mara)로 나누어진다. 건기가 오면 세렝게티에 서식하던 누, 가젤, 얼룩말 등이 물과 풀을 찾아 모래먼지를 휘날리며 마사이마라를 향해 달려가고 맹수들은 자연스레 그 뒤를 쫓는다. 지상 최대의 경이라고 불리며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지만, 새끼의 25%가 목숨을 잃는 위험한 이동이기도 하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밀림으로 들어가 야생동물들의 삶을 관찰하는 체험을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라고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무작정 헤매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사냥에 나서는 해 뜰 무렵과 해질 무렵에 맞춰 진행된다. 초원을 누비며 동물들의 서식처를 찾거나 동물의 배설물, 발자국을 찾아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사파리 차량은 야생동물에겐 철저히 이방인이나 다름없다. 이따금 무심한 눈길만 건넬 뿐 어느 동물도 차량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코끼리 가족은 진흙 목욕으로 한낮의 열기를 식히고, 그늘을 찾던 사자는 사파리 차량 그림자에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눕기도 한다. 혹은 나무 위에 식사를 걸어두고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먹는 표범을 발견하기도 한다. 야생동물들이 생각보다 자주 출몰해 스릴과 쾌감을 선사하는데, 장기간 촬영하고 편집한 다큐멘터리도 담지 못한 '직관'의 감동과 여운은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세렝게티는 동쪽으로 응고롱고로(Ngorongoro)와 맞닿아 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세렝게티의 축소판으로 분화구이기는 하지만 백두산 천지보다 30배나 크다. 사시사철 신선한 물과 풀이 풍부한 분화구 아래는 그야말로 동물들의 천국. 이곳 동물들은 모두 응고롱고로에서 태어나 응고롱고로에서 죽는다고 한다.     가슴이 뛰는 벅찬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여기다, 아프리카!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세렝게티 광활 초대 세렝게티 세렝게티 사바나 세렝게티 케냐

2024-11-1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노르망디가 부리는 색다른 마법, 몽생미셸·옹플뢰르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여행지는 노르망디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섬이자 수도원인 몽생미셸(Mont Saint-Michel)이다. 중세엔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았고 이젠 한 해에 수백만 명의 여행자들이 오간다. 프랑스어로 몽(Mont)은 산을, 생(Saint)은 성자를, 미셸(Michel)은 대천사 미카엘을 뜻한다.   8세기 초, 오베르(Saint Aubert) 주교의 꿈에 미카엘 대천사가 나타났다고 한다. "큰 돌 위에 예배당을 지어라"라는 꿈을 세 번이나 꾸고 나서야 모래톱 위에 솟아 있는 휑한 바위섬에 예배당을 짓기 시작했다. 몽생미셸은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썰물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백년전쟁 때는 요새 역할을 담당했고 프랑스 혁명 중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에 부서지지 않은 것으로 유명세를 탔고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몽생미셸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문득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루이지 코지 감독이 1976년에 만든 '라스트 콘서트'다. 피아니스트인 리처드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텔라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진 곳이 바로 몽생미셸이다.   수도원 자체로도 근사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사방이 파노라마로 뚫린 뷰는 정말 환상적이다. 지금껏 셀 수도 없이 많은 바다와 섬과 하늘을 봤지만 몽생미셸의 그것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몽생미셸은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가 밤이 되면 모두를 흩어낸다. 대부분 일일투어로 오기 때문에 아침에 도착해서 오후면 다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몽생미셸이 주는 신비로움과 성스러움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새벽과 해질녘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1박 이상을 하는 여행자에겐 아침과 저녁 해무에 싸인 환상적인 몽생미셸을 볼 수 있는 행운이 기다린다.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노르망디 대교를 건너면 구스타브 쿠르베, 클로드 모네 같은 대가들이 앞다퉈 화폭에 담으려 했던 항구마을 옹플뢰르(Honfleur)다. 옹플뢰르는 중세 말 백년전쟁의 전초기지였고, 이어진 대항해시대의 거점 항구였다. 16세기 들어 대항해시대가 본격화되자 옹플뢰르 항구를 통해 많은 탐험가들이 항해에 나섰다. 이후 캐나다, 서인도 제도, 아프리카 해안, 아조르 등과 해상 무역을 통해 번창했으며, 18세기 말까지는 노예무역의 5대 주요 항구 가운데 하나였다. 대항해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옹플뢰르는 20세기에 들어 다시금 관광지로 부상했다. 랜드마크는 생 카트린 교회. 서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 교회로, 뱃사람들이 들락거렸던 항구도시답게 큰 배를 뒤집어 놓은 형상이다. 옹플뢰르는 특히 해질녘 항구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낭만적인 풍광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드라크르와, 쿠르베, 시냐크, 마티스를 비롯하여 빅토르 위고, 모파상 등과 마찬가지로 옹플뢰르란 도시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노르망디 몽생미셸 마법 몽생미셸 노르망디 끄트머리 노르망디 대교

2024-11-07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환상의 도시'로 떠나볼까, 두바이

두바이 초콜릿부터 만수르가 즐겨 먹는다는 데이츠(대추야자) 등 최근 두바이 간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방문객의 발길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도시의 위상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동 최고의 여행지'에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두바이는 서남아시아의 아라비아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7개 토후국으로 구성된 전제군주제 연방 국가 중 하나다. 아부다비, 샤르자, 라스 알카이마, 푸자이라, 움 알쿠와인, 아지만과 함께 7개 국가를 이루는데 두바이가 아부다비와 함께 아랍에미레이트공화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그래서 볼거리도 풍부하다. 세계 10대 물 부족 국가임에도 자본의 힘으로 사막 한가운데 바다를 만들고 섬을 건설해 '세계 최고'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로 치장된 명소가 가득한 환상의 도시를 창조해냈다. 실제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도시', 이 문장은 두바이가 관광도시로서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팜주메이라(Palm Jumeirah)= 인공적으로 만든 야자나무 형태의 거대한 섬이다. 고급 주택과 초호화 호텔이 들어서 있고 중심을 가로지르는 모노 레일을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전체 모양을 보려면 '더 뷰 앳 더 팜' 전망대에 올라가야 한다. 아라비아 만과 마천루를 이루는 두바이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세계 최초 '7성급 호텔'로 알려진 버즈 알 아랍은 세상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셰이크 무함마드 현 두바이 국왕의 비전 하에 1994년부터 1999년까지 5년간에 걸쳐 지어졌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지만 투어를 통해 내부를 둘러볼 수는 있다. 버틀러의 안내를 받으며 호텔의 역사, 건축, 인테리어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사막에 피는 스파이더 릴리 꽃을 단면으로 자른 모습을 형상화했다. 500m를 넘어가는 지점부터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건설을 담당했다. 125층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축구장 50개 크기인 두바이 몰과 연결돼 있다. 그 유명한 두바이 분수쇼가 이 몰 바로 앞에서 펼쳐진다.      ▶두바이 프레임(Dubai Frame)= 아이코닉한 포토 스팟을 찾고 있는 여행객들에게 필수 코스로 꼽힌다. 150m 높이의 타워 2개와 두 타워를 연결하는 93m 길이의 다리로 이루어진 건축물로 마치 사진 액자를 연상케 한다. 두바이의 전통이 느껴지는 옛 모습과 화려한 현재 모습 모두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바스타키야(Bastakia)=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다. 1900년대 초반 이란으로부터 건너온 이들이 정착한 마을로 100년 전 옛 주거와 생활양식을 새롭게 정비해 관광지로 만들었다. 골목 구석구석에 카페, 박물관, 공예품점, 아트 갤러리, 전통을 살린 부티크 호텔이 숨어 있어 공들여 걸어 다닐 만하다. 사막과 스키장, 첨단 도시와 과거의 전통이 공존하는 두바이에서라면 무엇을 상상하든 예상을 뛰어넘는 매력 넘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두바이 환상 두바이 스카이라인 두바이 프레임 두바이 초콜릿

2024-10-2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올 성탄엔 샹젤리제 걸어볼까, 북프랑스

재작년 연말은 프랑스에서 보냈다. 이 시기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서 한 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행운을 누렸다. 프랑스와 겨울이 만나면 시너지가 폭발한다. 겨울의 프랑스는 단연 환상적이다. 비싼 숙박비와 혼잡한 교통을 무릅쓰고 왜 매년 수많은 인파가 프랑스로 몰리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1월부터 반짝임이 가득한 조명과 장식들로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간다. 그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 개선문에서 펼쳐지는 샹젤리제의 크리스마스트리와 파리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백화점에 들어서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다. 또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부터 개선문, 몽마르트 언덕, 노트르담 성당 등 곳곳에 엄청난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마음을 들뜨게 한다. 파리까지 갔으니 지갑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쇼핑을 즐겨야 한다. 유럽 최대 명품 아웃렛으로 쇼핑에 일가견이 있는 파리지앵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라 발레 빌리지(La Valle Village)에서는 브랜드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 화려한 파리 여행을 즐기고 난 뒤에는 보석 같은 소도시들을 여행하며 파리와는 또 다른 낭만과 고즈넉함을 느껴보는 게 좋다.           ▶몽생미셸(Le Mont Saint Michel)= 성 오베르의 꿈속에 수도원을 세우라는 계시를 받고 지어진 천공의 섬 몽생미셸은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명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애니메이션 '라푼젤' 속 코로나 왕국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하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듯 섬 전체를 덮은 수도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몽생미셸만의 독특함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시시각각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경치는 마치 마법의 성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혹자는 이 장관을 썰물 때 봐야 한다고 하고, 반대로 밀물 때 봐야 신비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당일치기로 잠깐 들르기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숙박하며 밀물부터 썰물,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보길 추천한다.       ▶옹플뢰르(Honfleur)=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노르망디 대교를 건너면 구스타브 쿠르베, 클로드 모네 같은 대가들이 앞다퉈 화폭에 담으려 했던 항구마을 옹플뢰르다. 골목마다 깔린 돌길과 오래된 목조 가옥들이 중세시대나 대항해시대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심 한복판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목조 성당인 생 카트린 교회가 서 있다. 지붕이 몹시 독특한데, 조선소에서 만든 큰 배를 뒤집어 교회 지붕으로 씌었다고 한다. 성당 천장을 가득 메운 선박의 유려한 곡선을 올려다보며 앞으로의 인생 여정에 대해 기대하고 또 꿈꿔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샹젤리제 북프랑스 파리 여행 목조 성당인 파리 다음

2024-10-17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야외 박물관' 튀르키예

튀르키예(구 터키)라는 나라가 참 묘한 것이 가면 갈수록, 알면 알수록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튀르키예와 고구려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이 있을 거라 추정된다. 또 튀르키예만큼 독특한 역사와 문명의 자취를 보유한 나라도 없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지중해에 위치해 동양의 신비와 서양의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튀르키예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만 21개, 잠정 목록에는 무려 79개가 등재돼 있다. 그런 만큼 곳곳에 고대 보물들이 파묻혀 있는 살아있는 야외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튀르키예만의 매력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이스탄불= 여행의 관문인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그 자체를 상징하는 도시다.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톱카프 궁전부터 비잔틴 양식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최대 규모의 아야소피아 박물관, 오스만튀르크 고전기 건축의 진수라고 평가받는 블루 모스크, 로마시대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히포드롬 광장, 4500개 상점이 자리한 실크로드의 종착지 그랜드 바자르, 336개 기둥이 받치고 있는 지하 저수지 등 역사가 깃든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전통 시장과 현대적인 쇼핑몰이 나란히 들어선 거리는 현재와 과거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세계 3대 미식 국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채로운 미식 문화도 느낄 수 있다.   ▶카파도키아= 약 300만 년 전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활동, 오랜 풍화작용으로 인한 기기묘묘한 암석에 인간이 뿌리내린 경이로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괴뢰메 야외 박물관은 보는 것만으로 충격 그 자체! 마치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모뉴먼트밸리를 절묘하게 합쳐놓은 인상이다. 이곳에는 9~13세기 초 그리스도인들이 건설한 교회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로마시대 종교 탄압을 피해 응회암 바위를 동굴처럼 파고들어 자신들만의 은신처를 만들어낸 것. 유네스코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진 이곳에 주목해 1985년 지역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카파도키아의 또 다른 명물은 다름 아닌 열기구다. 형형색색의 열기구를 타고 상공을 날며 발아래 펼쳐지는 기암괴석, 계곡, 동굴, 분화구의 장관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파샤바 계곡에서는 영화 '스타워즈'와 애니메이션 '스머프'에서 보았던 익숙한 버섯 모양 기암괴석들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현재까지 발견된 37개의 지하 도시 중 가장 유명한 데린쿠유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에페소= 1만 년에 걸쳐 20여 개의 문명이 탄생한 화려한 역사의 현장은 아직도 영광의 과거를 간직한 채 그 위엄을 자랑한다. 2만 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셀수스 도서관, 여신 테티스와 메두사의 부조가 새겨진 하드리아누스 신전 등 찬란한 인류의 유산을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동서양 박물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아야소피아 박물관 괴뢰메 야외

2024-10-1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맛과 멋 넘치는 단풍놀이 가볼까…모국 여행

산천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들이 절정으로 치달으려 하고 있다. 서두르자.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의 절정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 시기 대한민국은 전역이 들썩인다. 설악산부터 오대산, 지리산, 내장산 등 아름답다는 산마다 가을만큼 울긋불긋한 사람들이 그득하다. 한국인이 애정하는 단풍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외국인들도 많고, 우리처럼 모국의 단풍이 그리워 틈날 때마다 찾는 해외동포들도 많다. 사람이 많은데도 지금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산이 많고 사계절이 뚜렷한 지리적 특성상 가을의 모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 단풍은 으레 설악이 가장 먼저 알려온다. 설악산의 능선과 골짜기는 울긋불긋 오색 빛으로 발갛게 물든 얼굴을 드러낸다. 설악산 단풍의 유명인사인 주전골부터 폭포의 신비로움과 암석들이 조화를 이루는 흘림골, 주전골과 흘림골을 굽어보는 만경대 등은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조우하는 최고의 조망대다.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기암괴석 사이 핀 단풍 절경이 장관인 공룡능선 일대와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곰배골, 만경대, 비선대 등도 못지않은 단풍 코스라고 자부한다. 최고봉인 대청봉이 아니라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권금성과 흔들바위가 있는 울산바위에서도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천불동계곡, 수렴동 계곡, 백담 계곡, 십이선녀탕 계곡 등 명소가 즐비하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은 오대산과 월악산, 속리산을 거쳐 가야산, 지리산으로 남하한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경북 문경새재에는 단풍 사이로 사과 향기가 달큼하게 퍼지고 금오산 최정상 봉우리인 현월봉도 울긋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자들을 반긴다. 명물인 케이블카는 1974년에 개통됐다. 절경인 대혜폭포 인근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어 무릎이 아픈 어르신도, 갓 걸음마를 배운 꼬마도 부담 없이 단풍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호남 5대 명산인 내장산부터 부안 내소사, 천년고찰 백양사, 수려한 산세의 강천산 군립공원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따라 즐거운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다.   '혼저옵서예~' 제주에 이르면 따뜻한 환영 노래가 들려온다. '사랑으로' '모두가 사랑이에요'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사랑의 시' 등 서정적인 가사와 감미로운 선율을 노래했던 남성 듀엣 '해바라기'의 심명기 씨가 제주를 찾은 여행자들에게 80년대 추억과 낭만을 담은 노래를 들려준다. 거기다 어린아이 키만 한 제주 통갈치부터 고소하면서도 짭짜름한 법성포 영광굴비, 육질이 쫄깃한 제주 흑돼지구이, 담양의 대통밥, 벌교의 꼬막정식, 굴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각종 산해진미가 쏟아진다. 말도 살찐다는 모국의 가을은 이토록 맛과 멋이 넘쳐흐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단풍놀이 모국 설악산 단풍 단풍 절경 단풍 코스

2024-09-26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단풍국서 가을정취 느껴볼까…캐나다 아가와 캐니언

국기에조차 단풍나무 잎이 그려진 캐나다는 명실상부한 '단풍국'이다. 캐나다의 단풍은 단순히 울긋불긋하다고 표현하면 서운할 수준이다. 마치 세상에 모든 빨강, 노랑, 주황 물감을 통째로 풀어놓은 듯 화려한 단풍 퍼레이드를 펼쳐 보이며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어로 '성 마리아의 급류'라는 뜻을 지닌 수생마리(Sault Ste. Marie)는 캐나다 단풍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수생마리는 수페리어호와 휴런호가 마주하고 강 건너로는 미시간 주와 접해 있다. 무엇보다 캐나다 메이플로드를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불타는 듯한 단풍과 협곡을 즐기려면 수생마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아가와 캐니언(Agawa Canyon)으로 향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2억 년 전, 단층작용으로 형성된 후 강물과 바람,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진 협곡이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아가와 캐니언의 명물인 '낭만 열차' '단풍 열차'로 불리는 아가와 캐니언 열차에 올라서 말이다.   아가와 캐니언 열차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호수와 강을 지나 아가와 협곡을 관통한다. 온 산을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들은 캐나다의 또 다른 자랑인 빙하호에 비쳐 호수 위로 불타는 듯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칙칙폭폭 달리는 단풍 열차의 창문은 그대로 액자가 되어 차창 너머 자연이 부리는 색채의 마법이 펼쳐진다.     뭐니 뭐니 해도 캐나다의 가을빛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이 아가와 캐니언 열차에 오르는 것이다. 창밖 풍경에 넋 놓느라 잠깐 놓친 풍광은 기관차 앞에 부착된 카메라 화면을 통해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 이윽고 아가와 협곡에 도착하면 열차에서 내려 전망대, 신부의 면사포 폭포, 검은 수달 폭포의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직접 만끽할 수 있다. 열차에서 보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감동이 다가온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가면 아찔한 협곡을 뒤덮은 단풍의 바다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레이븐 허스트의 무스코카 호수(Lake Muskoka) 또한 가슴 벅찬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단풍 명소다. 우리에겐 자칫 낯설게 들리기도 하지만 캐나다인들이라면 익히 아는 유명 휴양지이자 전 세계 셀레브리티들의 별장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150년 전통의 무스코카 증기 유람선이 호반의 단풍 세계로 여행자들을 안내한다. 조용히 물살을 헤치는 유람선에 오르면 모두가 호반의 절경에 취하고, 화려한 단풍 잔치에 또 한 번 넋을 잃게 된다. 벌써 단풍이 저만치 오고 있다. 올가을에는 단풍국이 그려내는 최고의 절경과 낭만을 두 눈과 마음에 꼭 한번 담아보길.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가을정취 단풍국 캐나다 단풍 캐니언 열차 캐나다 메이플로드

2024-09-19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예술의 본고장으로 떠나볼까, 스페인

은퇴 후 카메라 하나 들고 유럽여행에 나서는 것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음 직한 버킷리스트다. 지금껏 성실히 살아온 '어른 여행자'들에게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유럽 여행지는 역시 스페인이다. 스페인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강렬하며 풍요로운 태양, 가우디, 플라멩코, 투우, 레알 마드리드, 하몽, 타파스 요리 같은 것들이다. 또한 스페인은 무려 4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볼거리도 다채롭다.     ▶마드리드=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이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명소들이다.   ▶살라망카=스페인 최고의 교육도시로 아늑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넘친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인 살라망카 대학교,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 로마시대 다리와 극장 등 수많은 명승고적이 남아 있어 르네상스의 절정을 볼 수 있는 건축물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비야=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번창했으며,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무역의 기지인 항구도시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 유럽을 여행할 때 흔히 마주치는 것이 성당이지만, 세비야 성당은 남다르다.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뿐만 아니라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라나다=가톨릭과 아랍 두 문화가 살아 숨 쉰다.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이름이 붙어졌다.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톨레도=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여 이색적인 스페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다. 피카소와 천재 건축가 가우디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로 가우디 초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레이알 광장, 카탈라나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이 창의적인 자태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본고장 스페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 최고

2024-09-12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화가 살아 숨쉬는 에게해의 보석, 그리스

그리스는 누구나 꿈꾸는 낭만적인 여행지이자 신화의 나라다. 수천 년 역사를 품은 명소들은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찬란한 고대 문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스에 입성했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베스트 3'를 소개한다.         ▶산토리니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불리는 그리스 최대 휴양지 산토리니. 해안절벽 위 이뤄진 마을은 영화 세트장처럼 오밀조밀 예쁘기도 하다. 중심인 피라 마을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거나 옛사람들의 방식대로 마스코트인 당나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펼쳐지는 해안선 풍경 그 자체가 움직이는 그림이어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운치를 보장한다. 섬 북쪽 끝자락 이아마을은 우리가 산토리니 하면 흔히 떠올리던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새파란 돔 지붕을 머리에 얹은 건축물과 하얀 담장 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지중해가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또한 요트 투어는 가장 로맨틱하게 산토리니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의 기술이다. 일단 선상에서 제공되는 요리가 수준급이고 레드비치, 화이트비치에 이르면 동심으로 수영, 스노클링 등의 물놀이를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거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아 마을의 선셋을 요트 위에서 프라이빗하게 감상할 수 있다. 붉게 물드는 모습에 '이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와 이아 마을이라 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메테오라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라는 뜻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그 의미가 단번에 이해된다. 구름을 뚫을 듯 우뚝 솟은 기둥 모양 기암 정상에 트리니티 수도원이 아슬아슬 세워져 있다. 11세기부터 수도사들이 은둔을 했다고 전해지며 14세기 초 벽돌과 흙을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빚어 수도원이 처음 건설됐다. 독특한 건축 양식과 함께 고립된 곳에서 살았던 수도사들의 공동체 생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기묘한 자연경관과 경이로운 종교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해 1988년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했고 영화 007 시리즈 '포 유어 아이스 온리'와 '300'에 수도원이 등장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아테네   수도 아테네에는 그 유명한 아크로폴리스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아테네의 유적들은 신화를 간직한 채 아크로폴리스 일대에 흩어져 있다.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칭송받는 파르테논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신전이다. 기원전 432년, 당대 최고의 조각가 피디아스가 15년에 걸쳐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신전을 완성했다.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46개의 기둥이 떠받드는 모양새로 세계문화유산 1호이자 유네스코의 엠블럼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그중 소크라테스의 감옥에서 바라보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또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열리면서 복원된 고대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시상대에 올라 우승자가 느꼈던 감격을 느낄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상상력이 마음껏 발동한다. 어릴 적 읽었던 신화들을 떠올리며 눈을 지그시 감으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신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에게해 그리스 보석 그리스 그리스 최대 아크로폴리스 일대

2024-08-29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호기심 자극하는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

흔히 뉴질랜드에는 세 가지 키위(Kiwi)가 있다고들 한다. 우선 새콤달콤한 과일 키위이고, 두 번째는 날개가 퇴화한 대신 다리가 발달한 국조(國鳥)인 키위 새, 마지막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뉴질랜더를 키위라 부른다. 키위의 나라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어 각각 독특한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북섬은 도시의 활기와 지열 활동, 풍부한 마오리 문화로 유명하다. 반면 남섬은 신비로운 피요르드와 숲, 산악 지형이 매력 포인트다.   북섬을 대표하는 로토루아 지역은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열 지대로 세계 10대 온천인 폴리네시안 온천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수 천년에 걸쳐 형성된 오묘한 빛깔의 온천들부터 하늘로 솟는 간헐천, 온천샘, 진흙이 끓어오르는 머드풀, 거대한 분화구 등 진귀한 광경을 마주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그 외 뉴질랜드의 전통적인 농장을 재현해 소젖 짜기부터 먹이 주기, 양쇼, 양털 깎기 시범, 목양견들의 양몰이 쇼도 즐길 수 있는 350에이커 규모의 아그로돔,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로 알려진 레드우드 수목원 등에서도 뉴질랜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섬에서는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환상적이다. 감동은 밀포드 사운드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진귀한 보석처럼 맑고 영롱한 호수, 웅장한 산봉우리, 각종 고산식물과 이끼류가 빽빽한 원시림, 깎아지른 화강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와 함께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 조각한 피요르드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의 주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크루즈에 올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할 수도 있다. 협곡 곳곳에서 폭포들이 쏟아지는데 그중 높이가 나이아가라의 3배나 되는 스털링 폭포 물을 맞으면 10년 젊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 바위에 올라앉아 햇볕을 쬐는 바다표범, 무리 지어 유영하는 헥타 돌고래 가족, 여행자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수면 가까이 낮게 나는 가마우지 등을 보는 것도 밀포드 사운드의 또 다른 재미다.   여행길은 ‘남반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운틴 쿡(Cook Mt.)으로 이어진다. 해발 1만2000피트의 마운틴 쿡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섬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산맥의 높은 산들 중 단연 돋보인다. 터키석 빛깔의 테카포 호숫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착한 양치기의 교회가 자리해 더욱 로맨틱하다.   이처럼 길고 흰 구름의 땅, 뉴질랜드는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로우면서도 평화로운 여행을 선물해 준다. 입국 시 농수산물 검열이 까다로운 만큼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도 전 세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뉴질랜드 호기심 나라 뉴질랜드 과일 키위 밀포드 사운드

2024-08-22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의 블루 파라다이스, 피지(남태평양)

남태평양의 피지(Fiji)는 내로라하는 여행지는 모두 다녔을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 및 정재계 인사들이 바쁜 일정 속 나른한 휴식과 달콤한 낭만을 누리러 향하는 곳이다. 연중 따스한 날씨에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푸르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야자수 나무가 가득 차 마치 '천국에서 누리는 휴가'와 같은 기분을 완성해 준다. 피지는 그림 같은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자연 덕분에 여러 영화에 등장했다.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남태평양'부터 톰 행크스의 열연이 인상적인 '캐스트 어웨이', 브룩 쉴즈 주연의 '블루 라군' 등 눈이 시원해지는 영화들이 피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피지 면적은 7100스퀘어마일로 제주도의 약 10배 정도 된다. 약 333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3개의 큰 섬 이외에는 모두 작고 아담해 섬 하나에 초호화 리조트가 하나씩 들어선 셈이다. 국제공항이 있어 피지 여행의 관문이 되는 난디는 가장 큰 섬인 비티 레부의 서쪽에 위치한다. 이곳에서는 피지의 기원이 된 비세이세이 마을부터 빼곡히 들어선 가게들이 왁자지껄한, 그야말로 사람 사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난디마켓,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야자를 시음할 수 있는 퍼스트랜딩, 세계적인 난초 정원 등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난초 정원의 정식 이름은 '잠자는 거인의 정원'이다. 산의 형상이 마치 거인이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 난초를 좋아했던 미국 영화배우의 개인 별장이었던 것이 지금의 명소가 됐다고 한다. 춤추는 발레리나, 매니큐어 바른 열 손가락 등 재미있는 별명을 가진 희귀한 난초들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피지 여행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루즈 투어다. 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범선을 타고 인근 섬을 탐험하게 된다. 가장 가볼 만한 곳은 티부아 아일랜드. 이 섬에 가까워지면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글라스보텀보트로 갈아타고 해안으로 이동한다. 발아래 형형색색의 산호, 열대어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으로 깔려 있다.   잘 찍은 유명 관광지의 사진을 보고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됐을 때 간혹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지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오히려 무엇을 예상했든 그 이상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보인다. 남태평양에 콕 박힌 파라다이스에 머물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 지는 저녁노을,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또 감동하게 된다. 또한 전 세계에 단 네 군데밖에 없다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어서 아침마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피지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피지를 한 마디로 정의 내려야 한다면 남태평양에 콕 박힌 파라다이스라는 표현이 제일 근사하게 잘 어울릴 것 같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 파라다이스 영화 남태평양 블루 파라다이스 블루 라군

2024-08-1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 인도

여행을 통해 자아 성숙과 내적 성찰을 이루길 원한다면 인도만 한 곳이 없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중요한 종교의 발상지로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인도를 본 것이 아니고,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를 모두 본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인생 여행지로 꼽는 도시다.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눈 덮인 히말라야를 출발해 굽이굽이 흘러든, 평원의 젖줄이자 생명수인 갠지스강을 찾는다.   현지인들은 갠지스강을 시바 신의 머리에서 내려온 성스러운 강으로 여겨 이곳에서 목욕재계를 하면 모든 죄를 면할 수 있고 죽은 뒤 뼛가루를 흘려보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강과 맞닿은 가트에 장례행렬이 몰려들고 곳곳에서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는 이유다.   동틀 무렵 갠지스강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의 소망으로 반짝인다. 조금은 들뜨고 또 긴장된 마음으로 뱃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배에 오른다. 갠지스강에 디아라고 불리는 작은 꽃접시에 불을 밝히고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강에 띄우기 위함이다. 또한 영혼의 도시로 불리는 바라나시에는 요가를 가르쳐 주는 곳도 많다. 물론 짧은 시간에 해탈과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야 없겠지만 요가의 본고장에서 배우는 덕분인지 심신이 맑아지고 온몸이 확 풀리는 효과가 대단하다.   갠지스강과 더불어 인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을 꼽으라면 단연 세계불가사의에 빛나는 타지마할이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사랑하는 아내 뭄타즈 타지마할의 죽음을 애도해서 만든 타지마할은 무려 2만 명이 넘는 노동력을 동원해 22년 만에 완공됐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강가에 이토록 커다란 호화 무덤이 지어졌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다. 무덤보다는 궁전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타지마할에는 두 개의 관이 있는데, 가운데 뭄타즈 마할의 관이 있고 다른 쪽에는 샤 자한의 관이 더 크게 안치되어 있다. 이 타지마할이 육안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아그라성이 있다.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웅장한 요새로, 타지마할과 더불어 아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요새 내부에 각기 다른 시대에 지어진 여러 궁전과 모스크, 정원 등이 자리해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요새의 높은 벽에서 감상하는 타지마할은 또 다른 감동 포인트다.   이외에도 에로틱 사원으로 유명한 마쥬라호, 무굴제국의 4대 황제인 자한기르의 이름을 딴 자한기르 마할, '작은 타지마할'로 불리는 다울라 묘 등 인도는 무궁무진한 매력들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하여 '인도를 보는 것이, 흘낏이라도 한번 보는 것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보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한 마크 트웨인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힐링 여행 세계 여행자들 힐링 여행 인생 여행지

2024-08-0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일본으로 단풍 여행 떠나볼까…일본 일주

빛깔이 맑고 환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단풍놀이는 무려 3개월 동안 이어진다. 위아래로 길쭉한 지형으로 인해 단풍이 찾아오는 시기도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북쪽 지방은 9월이 단풍철이고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는 12월 초까지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특별히 가을에 떠나는 일본 여행은 단풍 구경과 온천 여행이 동시에 가능해 일거양득이다. 발갛게 물든 단풍숲 아래서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더 바랄 게 없지 싶다.     도쿄와 오사카에서는 화려한 도시 풍경과 어우러진 단풍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일본에서 온천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하코네는 활화산 지역. 드넓은 호수에 기막힌 단풍색이 어리는 사이, 오아쿠다니라고 불리는 지옥의 계곡은 끊임없이 유황가스를 뿜어낸다. 뜨거운 유황물로 삶은 계란인 흑란이 이곳의 명물인데 껍질은 검지만 속은 하얗게 익은 달걀을 따뜻할 때 벗겨 먹으면 7년 젊어진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곳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곤돌라 식의 로프웨이를 타고 상공으로 올라가야 한다. 깎아지른 듯한 단풍 절경과 온천계곡 일대가 절묘하게 대비되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후지산까지 내려다보인다.   또한 사방이 고혹적인 붉은 빛깔로 물드는 교토의 청수사 단풍도 유명하고 우리에게 '사슴공원'으로 친숙한 도다이사의 나라공원에서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오사카의 단풍 명소는 일본 3대 명성으로 통하는 오사카성이다. 입구에서부터 천수각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와 텐슈카쿠 꼭대기가 특히 절경을 뿜어낸다. 오사카 여행은 두 눈뿐 아니라 입도 즐거워지는 시간이다. 도돔보리에는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은 물론이고 복어요리, 각종 꼬치 요리, 롤케이크 등 다양한 맛집들이 늘어서 있어 진정한 식도락 여행을 완성해 준다.   역시 일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온천으로 화려하게 장식해야 한다. 2800여 개의 온천 원천을 품고 있으며 1일 용출량이 약 13만 톤 이상인 벳부는 자타공인 일본 온천여행 일번지다. 그야말로 온천수가 콸콸 쏟아지는 이곳은 12세기부터 상처를 입은 사무라이들이 빠른 회복을 위해 찾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예부터 온천 여관, 온천 욕장으로 번창해 1950년에는 국제관광온천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벳푸 8탕'이라 부르는 온천지구에 무려 300여 개의 온천과 료칸이 있어 어디서나 열기가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풍광은 '100년 후에도 간직해야 할 일본의 풍경 100선'이기도 하다.   보면서 즐기는 지옥온천 순례도 빼놓을 수 없다. 온천수가 뻘겋게 보이는 피지옥, 회색빛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도깨비머리지옥, 수십 마리의 악어가 기어다니는 악어지옥에 유일하게 벳부에만 있는 유황재배지 유노하나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매년 가을이면 찾아오는 단풍이기는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을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며 감탄을 쏟게 하는 일본의 단풍을 추억 속에 담아보면 어떨까.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일본 단풍 단풍 여행 자타공인 온천여행 단풍 절경과

2024-07-2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중세로 떠나는 비밀의 문, 발트 3국

1939년, 히틀러는 스탈린과 독소불가침조약을 맺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지칭하는 발트 3국을 강제 점령했다. 반세기가 지나 발트 3국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리가, 빌뉴스까지 420마일 인간 사슬을 만들어 세상을 흔들어 깨웠다. 그로부터 2년 후 발트 3국은 독립을 쟁취했고 발트의 길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이자 비폭력 저항의 상징이 됐다.     어딘가 모르게 낯선 기분과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발트 3국은 여행 고수들이 각별히 애정하는 숨은 보석과도 같은 여행지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8월 평균 기온은 섭씨 10~20도로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어 때묻지 않은 청정자연의 품에서 힐링을 즐기고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 시대를 거닐기에도 그만이다.     발트 3국은 국경 개념이 없이 한 나라처럼 이어져 있다. 여행의 관문이 되는 탈린의 구시가지는 유럽 전역에서 14세기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로 평가받는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구시가지가 시작되는 비루 게이트는 중세 여행을 여는 비밀의 문이라 할 수 있다. 붉은 고깔 모양 지붕을 얹은 쌍둥이 탑을 지나기 무섭게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건축물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구시가지는 크게 상인과 일반인이 거주하는 저지대와 영주 및 귀족들이 머물던 고지대로 나뉜다. 랜드마크로는 동글동글한 양파 모양 첨탑이 시선을 잡아끄는 러시아 정교 알렉산드로 네프스키 성당, 석회암 절벽 위에 세워진 둠페아 성과 성벽, 카타니나 수도원, 고딕 양식의 올레비스테 교회 등이 있다.   라트비아의 리가 또한 구시가지 전역이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3세기 이후 한자동맹을 주도한 맹주답게 중세 건축물들이 훌륭하게 보존돼 있다. 표드르 대제 동상 자리에 설치한 자유의 여신상, 스웨덴 군인들이 화약 저장 목적으로 쌓은 화약탑, 고딕.더치 매너리즘.바로크 양식 등 각기 다른 스타일로 15~17세기에 걸쳐 지어진 삼형제 건물, 중세 시대 길드가 쓰던 검은 머리 전당 등이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는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성 안나 성당이 유명하다. 또한 구시가지 입구에 있는 새벽의 문으로 들어가면 '블랙 마돈나'라고 불리는 성모마리아 상이 있는데 기도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갈베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트라카이 성은 리투아니아가 자신들의 나라를 소개할 때 제일 먼저 내세우는 풍경이자, 여행자라면 반드시 다녀가는 명소이다. 14세기에 건설된 이 성은 수 세기에 걸친 전쟁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1955년 지금의 기품 있는 모습으로 복원됐다. 중세를 배경으로 풀어낸 여러 영화의 촬영 장소로 자주 등장했으며, 실제로도 호수를 타고 성 주변을 누비다 보면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중세로 비밀 발트 3국 구시가지 전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2024-07-1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감성 가득 소도시를 거닐다, 일본

'킹달러'에 일본 엔화 가치까지 떨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섰다. 이는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여행보다 일본 여행이 훨씬 더 싸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역대급 엔저 현상에 일본 지역 프리미엄 여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패키지여행의 품격을 끌어올려 4성급 이상 준특급호텔에 숙박하고 고급 식사로 맛 기행을 즐기는 일본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행 일정도 과거보다 대폭 길어졌다. 한인들이 즐겨 찾는 동경과 하코네, 오사카, 후쿠오카, 벳부, 유후인뿐만 아니라 나오시마, 히로시마, 미야지마, 나가사키, 운젠, 구마모토, 가고시마, 미야자키 등 소도시까지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이다.   가가와현에 위치한 나오시마는 오래된 마을 전체가 갤러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예술적인 색채가 짙게 배어있다. 100년 넘은 고택들이 현대미술과 어우러지며 '예술의 섬'으로 거듭났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예술혼이 담긴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지중미술관을 비롯해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 현존하는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대가 이우환 미술관도 만나볼 수 있다.   히로시마도 아직 한국인의 발길이 덜 닿은 숨은 여행지다. 일본 최대 섬 혼슈의 서남단 끄트머리인 히로시마에는 세계문화유산이 두 개나 있다. 하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원폭돔이고 다른 하나는 미야지마에 있는 이츠쿠시마 신사다.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집어삼킨 히로시마의 참상을 공원 중앙의 원폭돔이 앙상한 뼈대로 증명하고 있으며, 원폭돔에서 5분가량 떨어진 공원 한편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있다.   미야지마는 일본인들이 신이 깃들었다고 여기는 섬이다. 일본의 3대 자연 절경으로도 유명하며 섬 전체가 일본 국가 지정 특별 명승지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쓰쿠시마 신사는 593년 창건된 이후 타이라노키모리에 의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야지마 터널에 도착해 이쓰쿠시마 신사를 비롯해 만조의 바다 위에서 위용을 드러내는 붉은색 기둥 오도리이,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으로 짓다가 그가 죽자 미완으로 남았다는 천첩각, 섬의 터줏대감이자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500여 마리의 사슴 등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또한 운젠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천여행지 중 한 곳이다. 독특한 화산지형과 그곳에서 솟아나는 고온의 온천과 증기로 인해 '운젠지옥'이라고도 불린다. 유황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우주 행성을 연상시키는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일대에 구온천, 신온천, 소지옥 등 3개 지구로 나뉘어 30여 개의 열천이 자리한다. 산책길을 따라 다양한 온천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으며, 매캐한 유황냄새 가득한 곳에서 뜨거운 온천수로 익힌 달걀을 먹는 것도 별미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일본 소도시 히로시마 미야지마 이쓰쿠시마 신사 미야지마 터널

2024-07-1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자연이 빚은 '천당'과 '지옥', 옐로스톤

지구상 최초의 국립공원(1872년)이자, 미국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은 수십만 년 전 슈퍼볼케이노 폭발로 이루어진 화산고원 지대다.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지표에서 비교적 가까운 깊이에 있어 다채로운 자연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다리 떨리기 전' 꼭 가봐야 할만한 곳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국립공원 순위 조사에서 늘 선두를 차지하는 옐로스톤 관광 시즌이 돌아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도로 결빙 등 안전상의 이유로 연중 5월부터 10월 초까지만 탐방로를 개방한다.   '노란 돌'로 번역돼 다소 앙증맞은 느낌이 들지만 옐로스톤은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아이다호주에 약 220만 에이커(27억 평) 규모로 걸쳐 있다. 그랜드캐니언의 3배가 넘는 규모라면 상상이 되시려나?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136평방마일의 산정호수와 알래스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야생동물, 1만여 개가 넘는 간헐천, 그리고 1만피트가 넘는 산봉우리도 45개나 품고 있다.   이곳의 주인은 들소부터 엘크, 무스, 바이슨, 그리고 그리즐리 베어와 블랙 베어 등을 포함한 동식물이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오직 자연의 순리대로 저마다의 영토를 차지한 채 살아간다. 지난 4일에는 옐로스톤에서 털이 흰색인 아기 버펄로가 태어났다고 한다. 버펄로 또는 아메리칸 들소로 불리는 이 동물의 털은 일반적으로 갈색인데 가끔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면 이렇게 흰색 버펄로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주요 볼거리는 북서쪽 맘모스(Mammoth)와 남서쪽 간헐천(Geyser), 동북쪽 루스벨트(Roosvelt), 남쪽 캐니언(Canyon), 마지막으로 동남쪽 레이크(Lake) 컨트리 등 5개 지역에 산재해 있다. 이 5개 지역을 도로를 따라 8자 모양으로 돌면서 9개 포인트를 관람하면 비교적 짧은 일정으로도 옐로스톤의 속살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필자가 수많은 관광코스를 개발했지만 옐로스톤 코스는 가장 최고라 자부할만하다.   옐로스톤이 다른 국립공원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자연의 경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데 있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동물들이 평화롭게 거니는가 하면 용이 불을 뿜는 것 같은 드래곤 마우스, 부글부글 끓다가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진흙더미와 폭발하듯 분출하는 간헐천도 있어 천지창조의 모형에 비유되고는 한다.   잠시 기다리면 어김없이 물줄기를 토해내는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은 옐로스톤의 상징이고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하고 이색적인 풍광을 그리는 미드웨이 간헐천 분지(Midway Geyser Basin), 그랜드캐니언과 요세미티를 오묘히 합성해놓은 듯한 풍경과 나이아가라 폭포의 두 배 높이인 로어 폭포까지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등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옐로스톤을 찾은 여행자들은 지구가 살아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약동하고 생동하고 있음을, 나아가 지구의 경이로움을 몸소 느끼게 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옐로스톤 자연 옐로스톤 국립공원 옐로스톤 코스 옐로스톤 관광

2024-06-27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성한 땅, 시간을 초월한 서사시, 큰 바위 얼굴

와이오밍주의 광활한 초원을 지나면 사우스다코타주 남서부와 와이오밍주 경계에 위치한 블랙 힐스(Black Hills) 산지에 다다른다. 블랙 힐스는 무려 400여 년간 계속된 전쟁에도 이 땅의 주인이었던 수(Sioux)족 등 용맹한 부족들이 목숨처럼 지키고자 했던 신성한 땅이다. 1868년, 블랙 힐스를 온전한 인디언의 땅으로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지만 애석하게도 이곳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조약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   오늘날 전 세계 여행자들이 블랙 힐스를 찾는 이유는 러시모어산(Mt. Rushmore) 정상에 자리한 '큰 바위 얼굴' 대통령 조각상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러시모어산에 아로새겨진 인물은 미국을 빛낸 4명의 전직 대통령들. 자연의 위풍과 인간의 집념이 결합되어 미국 역사의 상징적인 페이지들이 거대한 바위산에 새겨져 있다. 모두가 숱하게 본 모습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깨달음이 따라오는 법이다. 그러니 이러한 불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면 멀리까지 가는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다.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의 조각가 거츤 보글럼(Gutzon Borglum)을 위시하여 무려 400명의 조각가들에 의해 완성됐다. 이들이 드릴과 정으로 쪼아 빚어낸 큰바위얼굴은 얼굴 크기가 자그마치 건물 6층 높이에 달하는데 표정 묘사도 실물처럼 매우 섬세하다.     정면에서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볼 때 왼쪽부터 차례로 초기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대, 1732~1799),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3대, 1743~1826), 미국의 지위를 올려놓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1858~1919) 세 사람이 있고 약간 떨어져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16대, 1809~1865)이 자리한다.   그러나 인디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단히 침략적인 조형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러시모어에서도 일했던 폴란드 출신 조각가 코작 지올코브스키는 1948년, 러시모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선더헤드산(Mt. Thunderhead)에서 라코타의 영웅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전신상 건설에 착수했다. '큰 바위 얼굴'과 17마일 떨어진 거리에 연전연승을 거둔 수족의 크레이지 호스 기마상이 용맹하게 서게 된 것이다.   여전히 건설이 진행 중인 크레이지 호스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말을 타고 달리는 형상의 이 기마상은 높이 563피트, 길이 641피트에 내어 뻗은 팔 길이만 263피트에 이른다.   크레이지 호스의 전신상에는 과연 전사의 정기가 서려 있다. "나의 땅은 내가 죽어 묻힌 곳이다"라고 말한 크레이지 호스의 우뢰와 같은 음성이 마치 바위산을 뚫고 들리는 듯하다. 블랙 힐스에서는 덤으로 베드랜드 국립공원도 관광할 수 있는데 협곡과 봉우리로 이뤄진 경치가 절경 속 절경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서사시 신성 바위 얼굴 크레이지 호스 얼굴 크기

2024-06-2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시니어 위한 최고의 여행지, 튀르키예

전 세계 탈모인의 성지로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튀르키예다. 모발이식을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일 년에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튀르키예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모발 이식을 받는 외국인에게 세금 감면, 지원금 혜택까지 주면서 '헤어스탄불'이란 별명도 생겼다. 그 덕분인지 이스탄불은 포브스가 선정한 시니어 최고 여행지 1위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이스탄불은 오스만튀르크 황제들의 궁전이었던 톱카프 궁전부터 압도적인 규모에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은 성소피아 성당, 푸른빛 아름다운 돔을 얹은 블루 모스크, 로마시대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히포드롬 광장 등 관광지로서 즐길거리가 풍부하고 인구 밀도가 낮아 시니어가 관광하기 좋은 여행 도시로 꼽혔다.   이스탄불은 또한 세계 굴지의 은행들과 기업들이 모여있는 경제의 중심지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이다. 이스탄불은 도시의 3분의 1은 아시아, 나머지는 유럽으로 분류돼 있다.     튀르키예 여행의 화룡점정은 카파도키아가 장식한다. 육중한 바위와 까마득한 협곡 아래로 형형색색의 수없이 많은 열기구가 두둥실 떠오르는 곳이다. 열기구로 비행하면 발아래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끝도 없는 황야 속에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대표적인 곳이 파샤바 계곡으로 '요정의 굴뚝'이라 부르는 거대한 버섯 모양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첩첩이 쌓인 거대한 바위들이 가득한 이곳에 로마제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이들은 바위를 동굴처럼 파고들어가 자신들만의 은신처를 만들어냈다. 끝없이 늘어선 기암괴석이 교회와 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유네스코는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진 이곳에 주목해 1985년 카파도키아 지역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튀르키예에서 카파도키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행 명소로는 클레오파트라와 로마 황제들도 다녀갔던 파묵칼레를 꼽을 수 있다. 도시 전체가 눈에 덮인 듯 새하얀 이곳은 순백의 석회암 지대에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온천의 색이 대비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석회층은 세계자연유산, 유적들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외에도 튀르키예에서는 1만 년에 걸쳐 20여 개의 문명이 탄생한 고대도시 에페소, 지중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도시 안탈야 등 신이 빚은 자연과 찬란한 인류의 유산을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시니어 여행지 시니어 최고 여행 도시 카파도키아 지역

2024-06-1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천국의 정원 걸어볼까, 크로아티아

흡사 초승달 모양의 크로아티아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나라 허리를 벨레비트 산맥이 가로지른다. 산맥의 남쪽,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그 주변 크고 작은 섬들이 모두 달마시안 지방에 속한다. 달마시안이라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만화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떠오른다. 하얀 몸에 까만 점들이 박힌 달마시안의 고향이 바로 이 달마시안 지방이다. 처음 두브로브니크 선원들은 이 점박이 강아지들을 '두브로브니크의 사냥개'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지명을 따서 달마시안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달마시안보다 훨씬 더 유명한 두브로브니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다. 해안선이 그려내는 절경과 시간이 멈춘듯한 중세의 유적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1979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특히 깎아지른 절벽 아래 두텁게 지어진 중세의 성벽은 반드시 걸어봐야 하는 명소다. 성인 걸음으로 한두 시간 정도면 구도심 성벽을 완주할 수 있다. 성벽 밖으로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와 그 위를 유영하는 하얀 요트, 주황 지붕들이 펼쳐져 왜 이곳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 일컬어지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성곽을 한 바퀴 걷고 난 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탁 트인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그림엽서가 된다.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으로 숨어들면서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 모두들 입을 벌린 채 그대로 서 있다. 천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에 가라고 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버나드 쇼의 말이 백 번 천 번 옳다.   두브로브니크가 천국이라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천국의 산책로다. 3개의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9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따라 미세한 안개비가 흩뿌려지다가 햇볕에 반사돼 무지개를 피워낸다. 16개나 되는 호수는 무척 맑아 호수에 비치는 풍경이 다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그 위를 송어떼가 유유히 헤엄치니 이 세상에 더 이상의 풍경이 있을까 싶다. 작은 폭포들은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고 이 폭포들을 따라 이어진 통나무 길도 운치를 더한다. 통나무를 잘라 이어 만든 길은 폭포 속을 지나기도 하고, 때로는 물과 거의 맞닿아 있어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리트비체는 불과 40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분쟁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관광지로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896년이고 이후 1949년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공원을 속속들이 구경하려면 사흘 정도가 소요되지만, 일반적인 관광코스로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수려한 원시림 속 요정의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로아티아 천국 크로아티아 최초 두브로브니크 선원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2024-05-3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알프스의 푸른 눈동자, 슬로베니아

발칸반도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슬로베니아(SLOVENIA)는 '사랑'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 나라 이름 자체에 'LOVE'가 들어가서인지 사랑스럽고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슬로베니아의 면적은 한반도 11분의 1 정도다. 작지만 '쥴리앙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슬로베니아는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이지만, 알프스산맥의 만년설이 흘러 만든 호수를 하나 품고 있다. 사랑과도 관련이 깊은 이 호수의 이름은 블레드다. 알프스가 믿음직스럽게 굽어보는 블레드 호수 한복판에 블레드 섬이 그림같이 떠 있다. 그런데 이 블레드 섬까지는 전통 나룻배인 플레타나만이 오갈 수 있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블레드 호수가 붐비는 것을 원치 않아 단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사공이 젓는 플레타나는 여행자들을 블레드 섬으로 옮겨놓는다.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관문은 99개의 돌계단. 계단을 오르면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이 나오는데 9~10세기경 슬라브 신화 속 지바 여신의 신전이 있던 곳으로 전해진다. 종교 전쟁으로 신전이 파괴되고 몇 차례의 부침을 겪다가 17세기에 이르러 지금의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이 완성됐다. 1000년도 더 된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은 '꿈의 결혼식 장소'로도 유명한데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의 계단을 다 올라야 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비록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성당 내부에 있는 종을 울려볼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종을 울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사랑하면 종이 울리고, 그렇지 않으면 종이 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선뜻 나서기가 꺼려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항상 듣기 좋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험에 의하면 너무 세지 않게 종을 치면 종소리가 울린다.   또한 블레드의 상징인 블레드 성도 위용을 뽐내고 있다. 호숫가 깎아지른 절벽에 자리한 모습이 마치 동화책에서 오려내 붙여놓은 듯하다. 성 한편에는 블레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 중인 작은 박물관이 있고 그 외에도 15세기 구텐베르크 활자 인쇄 방식을 재현하는 인쇄소, 갤러리, 카페, 와인 저장고, 대장간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유러피언들은 이곳을 '알프스의 푸른 눈동자'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아름다움에 매혹된 유럽 귀족들은 1000년 전부터 휴양과 힐링을 위해 이곳을 찾았고 옛 티토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카스트로를 자랑스럽게 초대하기도 했다. 티토의 별장은 지금 '호텔 빌라 블레드'가 됐다.     슬로베니아에는 이토록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슬로베니아 알프스 눈동자 슬로베니아 성모마리아 승천 호수 한복판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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